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가끔 미처 생각하지 못햇던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본의아니게 미안한 경우가 생깁니다.

어제는 저의 양육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시험보는 진단평가 때문에 어제 저녁을 먹고 난 후 두 녀석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거실탁자에서 하고 딸은 옆에 상 펴고 하다가 저를 독차지하고 싶었는지 오빠 방에 가서 하자고 하더군요.

마침 저도 하루남은 인강 강의를 듣던 중이라 싸들고 들어갔죠.

(아들방 한면에 저의 간이서재인 앉은뱅이 책상이 있거든요)

문제는 공부를 다 하고 나서 아들이 자기 책상을 보더니 짜증을 내더군요.

동생이 책상유리에 낙서를 해 놓은 겁니다. '공부 열심히 하자'라고....게다가 종이찢은 쓰레기며 어질러놓고

치우질 않은거죠.ㅠ.ㅠ 근데 평소에 딸아이는 오빠를 절대 무서워(?) 하지 않습니다.

일단 오빠가 주변에서 다 알아주는 좋은 오빠인데다가(친구들이 자기 오빠랑 바꾸자고 한다더군요)

지금까지 12년 동안 오빠에게 맞은 적이 딱 한번일(6살때 꿀밤 1대) 정도로 오빠가 비폭력 평화주의자이며

흔히들 얘기하는 반부모의 역할을 합니다. 엄마가 낮에 없으니 필요하면 동생 공부도 시키고 병원도 데려가고

학원가는 거 체크(학원 버스 놓쳤을때 택시타고 학원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컴퓨터 하는 시간 체크

(30분 넘겨서 좀 오래한다 싶으면 문자 보내줍니다. 덕분에 딸아이는 컴퓨터 켜면 컴퓨터가 문자로 엄마한테

자동으로 통보해주는 줄 압니다.) 집에 있을 땐 학원하차 시간 맞춰서 마중도 나가 주고

심지어 동생이 변기 물내려가는 소리를 무서워해서 물도 내려주는 (이건 요즘 많이 고쳤습니다.)등등

항상 동생을 챙기고 관리합니다. 어떤때 보면 동생을 좀 아기 다루듯 하는거 같기도 하고....

암튼 제 입장에서는 너무 고마운 없었으면 어쨌을까 하는 아들이죠...

게다가 자기 할 일은 알아서 다 합니다.  또 나이보다 사려깊은 편이구요.

그래서 제가 딸아이에 대해서 아들과 같이 의논도 많이 하고 그랬습니다.

아무튼 문제는 딸아이가 그냥 오빠한테 빨리 미안하다고 했으면 됐을텐데 겨우 그런거 가지고 자기한테

짜증낸다고 쫑알쫑알 한거죠.  그러니 서로 좋은 말 할리 없고 아들은 아들대로 책상 시끄럽게 치우면서

중얼중얼하고 딸은 딸대로 그거 들으면서 말대꾸하고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들녀석이 딸아이한테

"공부도 못하는게..." 이런 겁니다.  순간 딸아이 좋던 기세는 다 어디 가고 갑자기 울컥했는지 가슴을 들먹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제가 얼마전에 딸아이 걱정을 하면서 지나는 말로 성적을 얘기했었는데

아들녀석이 생각보다 점수가 낮다고 놀라던게 기억났습니다.

둘이 얼른 떼어놓고 딸아이 재우면서 속상해 하는거 오빠가 말 실수한거는 엄마가 혼내주겠다고 달래주고

그래도 오빠 책상에 허락없이 낙서한 건 잘못한거니까 담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오빠가 자기를

무시했다는게 많이 속상했는지 좀 울더라구요. 자기는 나름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쓴거라

오빠가 잘 했다고 칭찬해 줄거라 생각했더라구요.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아들녀석도 화가 덜 풀린 상태라 말해 봐야 역효과가 날 거 같아서 어제는

딸아이만 달래고 재웠는데 오늘 퇴근하면 아들아이랑 둘이 얘기를 해야 겠습니다.

홧김에 나온 말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면 안된다구요....

동생이 여자애인데다가 원래 성품이 누굴 때려주고 하는 걸 잘 못하는지라 화나면 좀 말로 때려주는 스타일인건

알았는데 어제는 딸아이가 울컥해서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걸 보니 순간 제가 너무 미안했습니다.

자칫 오빠가 동생을 무시할 만한 빌미를 제가 준거 같아서....

요즘 딸아이도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지라 "엄마, 나 잘 못하는거 같지"라고 하면 아니라고 잘한다고

열심히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있었는데 어제 한방에 K.O 된 거 같아서 참 답답했습니다.

둘이 평소 불만이 아들은 동생이 너무 철딱서니가 없다고 하고 딸아이는 오빠가 어른도 아니면서 자기한테

어른처럼 군다고 하는 거였거든요.

다행히 오늘 학교 끝나고 원래의 밝고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하는 걸 들으니 마음은 좀 놓이네요.

아들녀석도 평소와 다름없이 집에 와서 동생이 안보이니  어디 갔는지 물어보고 방과후교실 갔다고 하니까

안심하고 하는 걸 보니 두 녀석은 또 금새 잊어버린거 같습니다.

쫑알거리고 투덜거려도 꼭 서로 챙기고 의지하는 녀석들인데 어젠 참 힘들었습니다.

어쨋든 이제부터는 아들아이한테도 입조심을 해야겠습니다.

딸아이 자존심을 위해서 개인정보를 너무 누설하지 말아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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