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아들만 둘이다.

친구의 젊은 시절에 첫째는 늘 자랑스러움이었다.

워낙 수학적인 머리를 타고 나서인지 안알려줘도 원리를 스스로 깨쳐버리는 통에 과외선생님도 여러번 바뀌고 테스트보러간 학원에서 학원비 안받을테니 그냥 학원홍보차원으로 보내시라는 말도 들었을정도였다. 이에비해 둘째는 그저 열심히만 하는 아이로 친구는 머리가 큰애랑 다르다했었다.

초등6학년 담임이 큰애를 맡아 졸업시키고 둘째를 또 맡게 됐는데 넌 뭐가 되고싶니? 했더니 형보다 잘하는 사람이요 할 정도로 형 그늘에 가려있었던것 같다.

큰 아들은 부산영재학교를 3차 캠프에서 떨어져 큰 실망을 했었나보다.

이제 이 아이들과 자기는 가는 길이 달라졌다고 하는 말에 친구도 참 많이 힘들어했었으니까..

한동안 이러다가 제자리오겠지 했는데 결국 그리 분위기 좋지 않던 일반고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말았다. 작년수능후 너무 아쉬워하는 아들을 말리지못해 재수를 결정했고 올해도 수리논술전형을 준비하고 있다했다.

둘째 아들은 중학교에 올라가 차근차근 내신을 관리하더니 3년내 딱한번 전교2등, 나머지는 전교1등으로 전국구 자사고에 입학했다. 입학할때 성적은 중간정도였다하니 친구는 그때도 그냥 열심히 하는 아이의 한계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아이가 기숙사에서 방학때 딱 일주일 나와 있을때 커다란 트렁크에

책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친구왈 며칠 안되는데 무슨책을 이리 많이 가져왔냐니까 "이거 다 내꺼가

안되어있는 상태야. 다 보고 가야돼" 라며 독서실에서 결국 다 끝내고 들어갈때 책 한권 달랑 들고 가는

아이를 보며 그때 친구는 깨달았단다.

아, 머리좋은놈 성실한놈 못따르고 성실한놈 즐기는 놈 못따른다는 말의 진리..

이렇게 공부한 아이는 입학때 중간등수로 들어가서 그 잘한다는 놈들 사이에서 학원하나 안다니고

전교11등을 거쳐 내신등급 또한 아주 잘 받은 것 같다. 

서울대 연고대 치대와 의대에 서류를 넣어놓고 기다리는 걸 보니..

이렇게 친구의 두 아들은 올해 수능을 본다.

올해 딸아이 고등학교 원서를 넣어야 하는 나도, 자소서다 면접이다 정신이 없는데 대학교입학시험을 더군다나 두 아들의 시험을 목전에 둔 친구는 얼마나 떨리고 마음이 심란할까?

갑자기 생각나 전화했다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아들들 걱정하는 친구에게서 난 그 아들들보다 내 친구가 더 짠한 생각이 들었던건 나이가 들어서 일까? 아님 앞으로 다가올 나의 미래를 친구를 통해 미리 보고있는 마음에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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