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가 점점 다가오면서 어느 고등학교로 자녀를 진학시켜야 할지 고민 중인 부모님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저에게 학교 추천이나 학교 비교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많은 부모님들께서 고교 선택의 기준으로 대입실적을 꼽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특목고들의 대입실적 부풀리기 관행에 대해서 잘 모르시고 계신 것 같아 그에 대한 이해를 도와드리고자 이 글을 작성해봅니다.

일반적으로 외고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학생 유치를 위하여 대입실적 부풀리기를 관행처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깊게 보셔야할 단어가 있는데 고교에서 대입실적을 나타낼 때 쓰는 용어입니다. 많은 학교들이 학생 및 학부모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대학 진학 실적>이란 용어를 많이 쓰고 있는데 사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학 진학 실적>이 아니라 <대학 합격 실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학 진학 실적>이 아니라 <대학 합격 실적>이라 그게 그거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두 용어간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대학 진학 실적>이란 말 그대로 해당 대학에 등록하여 진학한 수치를 이야기 하지만 <대학 합격 실적>이란 해당 대학에 실제로 등록하여 진학하지 않았어도 단순히 합격만 했다라면 그 수치를 포함한다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게 무슨 차이냐고요?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 한 학교에만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것입니다. 수시와 정시라는 과정을 거치며 10여 곳의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빈번하지요. 그럼 그 학생들이 딱 한 학교에만 합격할까요? 단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러 학교에 중복합격을 하게됩니다. 여기서 위 용어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대학 진학 실적>은 진학한 수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학생 한 명당 실적 한 건으로 계산되지만, <대학 합격 실적>이란 중복합격한 수치 모두를 실적으로 잡기 때문에 예를 들어 한 학생이 3곳의 학교에 합격했다면 3건의 실적으로 계산된다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대합 진학 실적>과 <대학 합격 실적>은 수치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졸업생들의 경우 상당히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수생들이란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시도하는 학생들이었지만, 요즘 재수생들은 대부분 이미 전년도에 대학에 합격했으나 합격한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진학하지 않았거나(재수), 진학은 했지만 다시 재도전하는(반수) 학생들이란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이 학생들의 대입실적이 상당히 우수합니다. 대부분의 고교에서 발표하는 명문대 합격 실적의 상당수(심한 경우 50% 이상)를 이러한 재수생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외고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교에서 발표하는 <대학 합격 실적>이란 해당 고교의 해당 년도 졸업생들이 그 해에 대학으로 진학한 수치가 아니라, 해당 년도에 대학에 합격한 그 고등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건수(인원수가 아닌 합격건수, 1명이 3곳을 합격하면 3건으로 실적집계) 모두를 중복하여 합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학명 다음에 캠퍼스(분교) 명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면 캠퍼스로 진학한 학생의 수치도 합산해 넣은 것이고요.

이제는 학교들도 서로 서로 경쟁이다보니 서로 실적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고 학교간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앞으로도 이러한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네요.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시어 대입실적은 단순 참고자료로만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세부사항은 확인불가한 것인데다가 대입실적이 아무리 좋다아도 우리 아이까지 대학 잘간다라는 보장은 없는 법이니까요. 남의 아이 백날 대학 잘 보내봤자 우리 아이 잘 못 보내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좋은 학교의 기준은 단순히 대입실적(아웃풋 실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입학생 성적대비 대입실적(인풋 대비 아웃풋 결과)으로 따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