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지망생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가 영어에 관심이 많거나 영어실력이 좋기 때문에 외고를 보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다. 외국어고니까 외국어에 관심이 많거나 외국어 실력이 좋은 학생들이 진학하면, 외고의 우수한 학업분위기를 바탕으로 명문대 진학이 유리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시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외고는 정말 영어나 외국어를 잘 하는 학생이 가야하는 학교일까요?

일단,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외국어고의 설립취지를 생각한다면 외고는 영어나 외국어를 잘 하는 학생들이 가야하는 학교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자녀를 외국어 인재로 양성시키기 위해서 외고에 진학시키고자 하시는 부모님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로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란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을 배우기 위한 교육기관이라기 보다 대학진학을 위해 거쳐가는 대입준비기관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데다가, 부모라면 누구나 남의 자식은 원론적으로 키우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자기 자식만큼은 원론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일단은 부와 명예와 권력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평준화교육을 외치며 수월성교육 및 사교육 억제를 부르짖는 진보교육감들 조차도 자기 자식은 사교육을 통해 외고에 진학시키고 있는 현실이이잖아요. 자식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요.)

그렇다보니 현실적으로 외고는 영어(외국어)보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 가야하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 하는 학생보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 외고에 갔을 때 외고로서의 장점이 더 잘 발휘되어서 대학진학에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외고는 학과를 막론하고(영어과가 아닐지라도) 영어관련 수업이 워낙 많다보니 영어실력이 기본만 되는 학생이라면 외고의 그 수많은 영어 관련 수업을 통해서 누구나 수능 외국어영역의 최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고에서 수학수업은 영어수업에 비해서 수업시간 및 난이도 등 전반적인 교육내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외고 학생들의 내신 및 대입실적은 수학실력에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외고나 국제고 등 영어에 강한 학교들은 영어보다 수학을 더 잘 하는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영어는 자신들이 얼마든지 해결해줄 수 있으니 수학을 잘 하는 학생만 선발할 수 있다면 명문대에 얼마든지 진학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지요. 외고에서 입학고사를 보던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외고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외고의 입학고사에서 수학시험의 비중이 왜 그렇게 높았고, 내신반영도 전 과목 반영하던 시절에 왜 수학과목에 가중치까지 두며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을 선발하려고 했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만큼 외고 학생들에게 수학실력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외고나 국제고 등 영어나 외국어 능력에 강점을 보이는 학교로의 진학을 고민하실 때에는 자녀의 영어(외국어)실력 뿐 아니라 수학실력을 철저히 검증해보시고 준비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는 영어로 가지만, 대학은 수학으로 가고, 최상위권의 경쟁은 국어로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