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께서 고등학교 선택은 무엇보다도 학교와 학생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학생이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한다면 그리고 성적도 좋은 편이라면 일반고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학생들이 적은 편이니까요. 친구들 앞에 나서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상대적인 기회가 많은 일반고가 좋을 것입니다. 골고루 다양한 교과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면 역시 일반고가 상대적으로 좋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신관리를 잘하고 싶다면 일반고가 유리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서울대나 의대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일반고 선택을 많이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학습분 위기가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단점도 가지고 있고, 경쟁을 좋아하고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고 노력하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아쉬움이 클 수 있습니다.

외고는 과거보다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합니다. 공부하려는 의지도 강합니다. 자기주도적 활동능력이 뛰어납니다.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을 즐기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선택입니다. 외국어 능력이 탁월한 친구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다만 성격적으로 소심한 학생들은 지원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더로서 나설 기회가 다소 줄어드는 단점도 있습니다. 외국어 교과 80단위 이수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과, 특히 자연계 교과목에 대한 학업 기회가 떨어집니다. 내신도 대체로 1등급 대가 2명 내외입니다. 2등급 대도 원래 11%의 절반정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서울대 지균이나 연대 진리자유 고대 학교장추천전형에 지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수능 중심의 일반전형이나 정시모집에서는 여전히 위력적입니다.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서울대 연고대 모집인원은 4500여명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한양대 정도까지 해서 인문계열은 10,000여명 정도 모집합니다. 그런데 수능 인문계열 응시생은 400,000명입니다. 수능 성적 상위에 상대적으로 외고 학생들이 많습니다. 일반고에서 한 학교당 수능 상위권자가 극소수입니다. 따라서 인문계열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과고는 일단 전국에서 영재고와 함께 그 인원이 2100여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수능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실 수능 자연계열 수리가형 응시자는 150,000여명 정도 됩니다. 서울대 연고대 포스텍 카이스트 의치한 등을 합치면 거의 10,000여명이 됩니다. 따라서 의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과고는 매력적입니다. 물론 내신 따기 외고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과고 지원을 절대 외면하지 않습니다. 과고 입학을 준비하다가 과고를 가면 좋고, 못가면 일반고 가서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맞이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자율형 사립고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정의 자율성입니다. 대학 입시에 학생 개개인에 맞추는 변신이 가장 자유롭습니다. 일단 우수학생이 많아 수업분위기가 좋습니다. 수능 상위권자도 많습니다. 내신도 좋은 성적을 받기 쉽지는 않지만 외고나 과고보다는 어렵지 않습니다. 인문계열이건 자연계열이건 학교에서 지원이 가능합니다. 최근 학문의 대세인 융합교육이 가능합니다. 수능 준비에서나 입학사정관 준비에서 유리한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적극적입니다. 졸업 후 인맥 관리에서도 인문 자연 가리지 않고 골고루 좋은 동기동창생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선택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나에게 어느 학교 지원이 유리할지는 멀리 대학진학과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현재 ‘물 수능’ ‘내신위주의 대학입시전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소위 ‘물 수능’이 되어도 수능성적에 의한 등급과 백분위, 석차로 줄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단기적인 눈 앞의 보이는 현상에 의해 고등학교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멀리 내다 보는 지혜를 가지고 현명하고 후회없는 선택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재단의 투자 능력과 의지, 교사진의 열정,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학교장 마인드, 대학 입시와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진로와 진학의 노하우...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이런 항목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