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특목고나 자사고의 대입 실적을 보면 정말 대단해요.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의 의대 실적은 입이 딱 벌어지죠. 매년 의치한 합격자를 200명 이상 배출하니까요. 상산고 한 곳이 매년 종합병원 몇 개를 차릴 정도의 의사를 배출하는 거예요. 그래서 ‘상산고는 의대를 저렇게 많이 보내니 다른 대학은 얼마나 더 많이 보낼까? 특목고, 자사고는 못 가도 연고대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상산고는 의치한 특화(?) 학교라고 볼 수 있거든요. 애초부터 의대 지망생이 많이 오는 의대 맛집이에요. (여기, 의대 하나 추가요!!!) 

게다가 의대 지망생은 수능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지망학과를 바꾸기보다 재수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요. 그래서 의대 실적이 좋은 학교들은 정시 실적이 뛰어나고 재수생 비율도 높지요. 수능 응시생이 고3보다 졸업생이 더 많은 학교도 있을 정도니까요. 상산고도 2020학년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56.8%에 불과해요. 368명 졸업에 209명만 대학에 진학했지요.

어쩌다 한 해 안 좋게 나온 것 가지고 트집 잡지 말라고요? 

상산고의 뛰어난 의대 실적을 생각하면 캉쌤 말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처럼 들리실 거예요. 상산고는 의치한 실적만 해도 200명이 훌쩍 넘는데 209명만 대학에 갔다고 하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요. 그 이유는 중복합격자와 재수생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대입 실적을 발표할 때 중복합격자와 재수생 실적을 포함해서 발표하거든요. 예를 들어 대입 수시모집은 총 6회까지 지원가능하니까 서울대 의대를 포함해서 6개 의대에 합격하고 최종적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시죠. 이런 경우 대입실적은 어떻게 발표해야 할까요? 최종적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으니까 서울대 의대 1명이라고 발표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서울대 1명, 연세대 1명, 성균관대 1명... 이라는 식으로 6명으로 적어놓고 맨 마직막에 의학계열 6명 이라고 또 표시하지요. 홍길동이 분신술 쓰듯 1명이 최대 12명으로 늘어나는 거예요. 이런 일이 재수생에게도 발생하고 이걸 다 합쳐서 발표하니 오해하기 쉽지요.

그래서 의대 맛집이라는 상산고의 2020학년도 대학 진학률은 56.8%에 불과하고, 이 수치조차도 진학률만으로 봤을 때는 소위 대박을 낸 수치에요. 2017학년도와 비교해서 무려 15.7% 포인트나 상승했거든요.

거짓말 하지 말라고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의치한 3대장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치한 3대장 4년제 대학 진학률

어쩌다 특이한 학교만 몇 개 가지고 와서 일반화하지 말라고요? 다른 자사고는 그럴 리 없다고요?

서울에 있는 자사고 중 서울대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가 은평구에 있는 하나고에요. 하나고는 서울대 수시 실적이 워낙 뛰어나서 정시 실적은 더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자사고는 내신관리가 어려워서 수시에 불리하다는데 수시 실적이 저렇게 뛰어나니 정시로는 얼마나 더 잘 보낼까?’ 싶은 거죠. ‘서울대를 저렇게 잘 보내니 연고대 정도는 골라서 가겠구나’라고 생각하시고요.

그런데 하나고는 서울대 수시 올인형 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서울대가 정말 좋아하는 형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지요. 서울대 수시 진학지도 능력도 탁월하고요. 하지만 서울대 수시모집에 집중하다 보니 정시 실적이나 연고대 등 다른 대학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에요. 정시 실적이 제대로 안 나와 학부모 반발로 교장 선생님이 바뀌기까지 했을 정도죠.

입시 명문고라고 불리는 학교를 보면 주로 공략하는 대학과 전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모든 대학, 모든 전형을 다 준비시켜주면 좋겠지만 전국에 대학과 전형이 워낙 다양해서 학교 선생님이 그걸 다 준비해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지요. 특목고나 자사고는 학생/학부모가 지망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입시지도가 그나마 수월한 편이에요. 평범한 일반고는 서울대부터 지방 전문대까지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을 다 알아봐야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는 인서울탑10 대학에 의치한, 카/포 정도만 알아봐도 되니까요.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입시지도가 가장 쉬운 학교는 대원외고라는 말도 있어요. 대원외고 선생님은 sky 문과만 주로 분석하면 되니까요. 조금 더 넓혀도 인서울 탑10 이외에는 알아볼 일이 별로 없고요.

학교 선생님은 입시 컨설턴트처럼 입시만 분석하는 분들이 아니에요. 수업과 공문 처리 등 다른 업무도 보시며 입시지도까지 해야 하는 분들이지요. 그래서 학교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입시실적이 몰리게 되고, 그 실적을 보고 오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학풍처럼 굳어버리지요. 골목식당의 백 선생님 말처럼 ‘메뉴를 줄이셔야 해요’가 된 거예요. 메뉴를 줄이니 그 메뉴에 정통하게 돼서 손님들이 줄을 서게 된 거고요.

대입 실적을 보실 때는 ‘서울대 실적이 저렇게 좋으니 당연히 연고대도 잘 보낼 거야’, ‘수시로 잘 보내니 정시로는 더 잘 보낼 거야’라는 식으로 막연히 기대해서는 안 돼요. 물론, 김치찌개 잘 끓이는 요리사가 돈까스도 잘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돈까스 전문점과 비교하기 어렵겠지요. 각자의 영역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는 수시형 학교인지, 정시형 학교인지, 대학은 어느 쪽 실적이 더 좋은지 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아보세요. 수시도 학종으로 보낸 것인지 논술로 보낸 것인지 알아보시고요. 서울대 실적만 보고 수시형 학교에 보낸 후 정시 준비 제대로 안 해준다고 불평하는 것은 사람들이 줄 많이 서 있는 것만 보고 김치찌개 전문점에 들어가가서 돈까스 맛이 형편없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똑같을 수 있으니까요. 돈까스는 돈까스 가게에서 주문하자고요. 그러려면 어느 가게가 돈까스 맛집인지부터 확인해야겠죠? 

여기, 치즈돈까스 하나요!!!

※ 강명규쌤의 3줄 요약

1. 수시 잘 보낸다고 정시도 잘 보내는 것은 아니다.

2. 서울대 잘 보낸다고 연고대도 잘 보내는 것은 아니다.

3. 고등학교마다 집중하는 대학과 전형이 따로 있다.

오늘도 캉쌤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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