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대표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비중은 약 7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에요. 이후 정시 비중이 점점 높아져 인서울 주요대학은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지만 그래도 수시 모집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요.

그렇다 보니 내신 때문에 아이를 일반고에 보내겠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대학갈 때 가장 중요한게 내신 아니냐면서요.

맞아요. 현 대입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신이에요. 오죽하면 Oh! My God!( 오! 내 신 )이라는 말까지 있을까요. ( 아얏!! 잘못했어요. 돌은 내려놓으세요. ^^;;; )

그런데 일반고에서도 내신을 잘 받는 것은 엄청 힘들어요. 일반고에도 내신을 노리고 온 똘똘이들이 있는 데다가, 특목고/자사고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아이들도 오기 때문에 상위권 경쟁은 어디나 치열하거든요. 과학중점학교는 영재고/과학고 준비하던 수학/과학 고수들이 몰려와서 내신 지옥이 되기도 하고요.

게다가 2019학년도 고입부터 외고/국제고/자사고가 후기고등학교로 전환됐고,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도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일반고에서의 내신관리는 점점 더 어려워질 거에요. 중학교 최상위권 아이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로 빠져나가야 상위권 아이들이 일반고에 가서 숨 좀 쉬는데 최상위권 아이들까지 일반고에 가면 상위권 아이들의 내신관리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1등급은 상위 4%까지 밖에 안 되서 최상위권 아이들이 몇 명만 늘어도 1등급 받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전교생이 200명인 학교면 문이과가 절반씩(100명 씩) 있다고 칠 때 전교 4등 안에 들어야 되는데 특목고/자사고 가려던 학생들이 2명 씩만 더 와도 1등급 쿼터는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 될 수도 있지요. 우리애가 특목고/자사고 갈 실력이 안 되서 못 간 것이라면요.

많은 분들께서 특목고나 자사고가 없어지면 일반고 아이들이 대학가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특목고, 자사고 아이들이 대학에 잘 가는 이유는 특목고, 자사고에 다녀서가 아니라 애초부터 대학에 잘 갈 아이들이 특목고, 자사고에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특목고, 자사고가 사라져도 평범한 아이들이 대학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요. 대입은 특목고냐 일반고냐의 이분화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학생이냐 그렇지 않은 학생이냐의 이분화니까요. 그러니 특목고, 자사고에 갈 실력이 되는데도 내신 때문에 일부로 일반고에 간 것이 아니면 특목고,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대학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지요. 일부로 일반고에 간 학생도 내신관리가 어려워지고요. 지금은 최상위권 아이들이 특목고, 자사고로 빠져서 보통 아이들이 학생부 전형을 통해 대학갈 틈이 생긴 것이잖아요. 특목고, 자사고 아이들은 논술이나 특기자, 정시모집을 통해 대학 가는 식으로 주요 공략루트를 다르게 가져가고요.

(물론 요즘은 특목고, 자사고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에 많이 진학하지만, 내신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종에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같은 학교장 추천전형이나 학생부 교과 전형은 특목고, 자사고 아이들이 합격하기 매우 힘든 전형이고요.)

그래서 내신 잘 받으려고 일반고에 갔다가 상황이 애매해지는 아이들도 적지 않아요. 물 만난 고기처럼 친구들과 노느라 내신이 더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고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노는 것을 거절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내신관리 쉬운 학교가 아니라 놀기 좋은 학교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고에서도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만큼 내신을 잘 받을 자신이 없다면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는게 효과적일 수도 있어요. 머리는 좋지만 꼼꼼하지 못해서 항상 실수하거나, 지필고사 잘 보고도 수행평가로 점수 깎아먹는 학생은 차라리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서 논술과 정시를 준비하는게 나에게 맞는 대입전략이 될 수 있지요.

자사고가 폐지되면 고등학교 학군이 부활할 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에요.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내신을 내려놓고 우수한 교육환경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사고가 폐지되면 학군이 좋은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물론 내신관리가 쉬운 학교에 가야 내신뿐 아니라 비교과까지 관리할 여유가 생겨서 대입준비가 수월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내신이 안 좋으면 4년제 대학 전체 모집인원의 60%가 넘는 학생부 전형 지원이 어려워지니까요.

하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은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보니 내신관리가 쉬운(학업분위기가 안 좋은) 학교에 가면 함께 놀아버릴 수도 있지요. 이론과 현실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러니 시험문제도 꼼꼼히 잘 읽고 독박수행도 마다하지 않는 모범생들은 내신관리가 쉬운 학교에 보내주세요.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매번 점수를 깎아먹고 수행평가도 귀찮아하는 게으른 똘똘이들은 학업 분위기 좋은 학교에 보내는게 효과적이겠네요.

고등학교는 우리아이 성적 뿐 아니라 성향도 충분히 고려해서 선택해보세요. ^^

※ 강명규쌤의 3줄 요약
1. 일반고에서도 1등급 받기는 어렵다.
2.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는 아이의 성향도 고려하자!
3.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만한 내신이 아니면 의미없는 내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