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선행학습이 최상위권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였다면 요즘은 성적에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하는 것이 선행학습이 되어버렸습니다. 학원가에서는 자기 학년 교재를 들고다니는 학생들을 보기가 어렵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행학습이 보편화되어 있지요. 학원의 커리큘럼도 심화나 복습 위주의 제 학년 수업 보다 선행학습 위주로 짜여져있고요.

그런데 선핵학습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고 학업에 재미를 잃는 학생들이 많다라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선행학습이란 자기 학년 이상의 내용을 공부하는 것인 만큼 자기 학년의 내용을 차고 넘치도록 충분히 숙지한 다음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 중 그런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지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 학년의 수업내용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언론사 및 사교육 업체들이 부추긴 엄마들의 진도 경쟁에 휘말려 억지로 끌려갈 뿐이고요.

특히, 내신을 대비한다며 학기 중에 다음 학기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정말 답답할 뿐입니다. 제 학기 학습분량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인데, 학기 중에 제 학기 학습에 조금 더 공을 들일 생각은 하지 않고 다음 학기 학습을 한다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지요? 모래 위에 성 쌓기이자 섯부른 욕심이 부른 빈곤의 악순환인데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는 학생 및 학부모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선행학습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데 부모님들이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셔서 자녀의 성적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학년 수업도 따라가기 힘들어 죽겠는데 그보다 더 난이도 높은 내용을 억지로 배우려니까 학업에 대한 재미를 잃게되고요. (우리 애는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인다고요? 혹시 아이의 수준을 넘어서는 학습을 강요한 적이 없으신가요? 그래서 아이가 공부에 재미를 잃도록 만드시지는 않으셨나요? 아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능력에 대한 자괴감을 갖게 하면서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적기학습입니다. 그리고 학기 중 선행학습만큼 내신을 갉아먹는 비효율적인 요소도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신을 위해 다음 학기의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기말고사 이후로 미뤄두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은 기말고사 이후부터 방학 중의 시간활용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할 것은 눈 앞의 불씨이지 강 건너의 불이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는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과 불안이 불러일으킨 진도경쟁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추신. 선행학습의 기준은 교과부에서 지정한 교과과정 상의 학기 구분이 아니라 재학 중인 학교의 커리큘럼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특목고 등 제 학년 이상의 교과과정을 수업 커리큘럼으로 구성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해당 내용이 선행이 아니라 제 학기 교과과정이 되는 셈이지요. 즉, 재학 중인 학교의 해당학기 수업 커리큘럼을 파악한 후 해당 커리큘럼에 맞추어 학습진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해당 학교의 해당 학기 내신 관리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