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를 지망하는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입시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로 특목고의 탁월한 대입실적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고의 열악한 분위기 등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국 그 이야기들도 대부분 그래서 일반고는 대학진학에 불리하다라는 식의 이야기로 끝이 나고요.

거기에 특목고 전문학원 및 특목고 전문학원과 손을 잡은 언론사들(대부분의 언론사들은 특목고 입시와 관련된 사교육 업체를 직영 또는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들 조차도 사교육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언론과 사교육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밀접한 관계이지요)이 특목고와 관련한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으니 엄마들의 특목고 사랑은 점점 더 맹목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국의 수많은 부모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눈 앞의 특목고 입시만을 생각하실 뿐 대입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계신 것을 보고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특목고가 대입실적이 좋다고 하니까 명문대 진학을 위해 특목고에 진학시켜야겠다 까지만 생각하실 뿐 특목고에 진학한 후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서 어떤 전형을 통해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에 진학시키겠다라는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라는 것이지요. 이런 내용의 질문을 드리면 그냥 멍~ 해지시며 그런 것은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는 것 아닌가요?라는 당혹스러운 답변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혹시 내 이야기인가 싶어서 찔리는 분들은 냉콤 덧글로 자수하시기 바랍니다. ^^;;)

특목고에서는 내신관리가 치를 떨 정도로 극악하다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실 것입니다. 다들 공부 꽤나 했다라는 아이들만의 집합소이다보니 누구 하나 만만한 학생도 없고, 누구 하나 대충대충 공부하는 학생도 없을 뿐 아니라 재학생수 자체도 일반고에 비해 턱 없이 적어서 특목고에서의 내신 관리란 나날이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리지요. 특목고에는 학교에서 공인(?)한 내포자(내신포기자)들도 적지 않거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신관리가 어렵다보니 아예 내신은 포기해버리고 수능에만 올인하는 학생들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수업을 듣지 않고 자기 공부를 하거나 아예 별도의 교실에서 자습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목고 학생들은 대입 수시의 경우에는 논술전형이나 특기자전형으로, 대입 정시의 경우에는 수능우선 전형 등으로 대학에 주로 진학합니다.

그 반면에 일반고에서는 내신관리가 특목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하다보니(상대적으로 경쟁도 약할 뿐 아니라 학생수가 워낙 많다보니 등급별 인원수 폭이 넓지요) 일반고 학생들은 내신을 바탕으로한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주로 진학을 하지요. 수시전형은 정부정책에 의해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전형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학교의 유형별로 집중공략해야하는 대입전형 및 준비방식이 다르고, 우리 아이들도 학습성향에 따라서 집중공략해야하는 대입전형 및 준비방식이 다르다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를 어떠한 유형의 고등학교에 진학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실 때에는 아이의 학습성향에 따른 공략대상 대입전형 및 준비방식이 해당 학교의 대입준비 방식과 적합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명문대를 많이 보내고,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라고 할지라도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대입전략을 구사해주지 못하는 학교라면 오히려 우리 아이의 발목을 잡는 짐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내신 등 교내 시험이 강한 아이와 수능이나 논술 등 교외 시험이 강한 아이는 분명히 따로 존재하니까요.

그러므로 내신관리 능력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심화학습에 강점을 보이거나 경시대회에서 입상할 정도의 특출난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특목고 진학 후 특기자전형이나 수능우선 전형을 노려보는 것도 괜찮지만, 심화나 선행도 충분히 되어 있지 않고 특정 분야의 탁월함도 보이지 않은 채 오직 내신관리만 충실히 해 온 학생이라면 특목고보다 일반고로 진학하여 내신을 기반으로 한 수시전형을 노려보는 것이 대학진학에 훨씬 더 유리합니다.

특목고 : 꼼꼼하거나 차분하지는 못하지만 특정 분야에서의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교외 시험에 강점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적합

일반고 : 특정 분야의 탁월함은 없지만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을 바탕으로 교내 시험에 강점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적함

목표는 고입이 아니라 대입인 만큼 대입에 이르는 장기적인 입시전략 하에서 우리 아이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우리 아이가 자신에게 적합한 입시전략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목고가 명문대를 많이 보낸다고 해서 보내봤더니 다른 집 아이들만 많이 보내주는 것이었더라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고등학교란 대입실적이 좋은 학교가 아니라 우리 아이와 궁합이 잘 맞는 학교입니다. 비록 명문대는 단 한 명 밖에 보내지 못했지만 그 한 명이 우리 아이라면 우리 아이에게 그 보다 좋은 학교란 없는 것이겠지요. 교육에서의 기준은 항상 우리 아이를 중심으로 세워져야하니까요.

추신. 충분히 특목고를 도전할 수 있을만큼의 실력이 될지라도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다라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특목고에 도전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용기이자 뛰어난 입시전략입니다. 남들이 다 도전한다고 따라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제일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제일 크게 웃는 사람이니까 제일 마지막에 웃을 준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