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얕은 저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해 주신것에 대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며칠간 다소 여유가 생겨 잠시 잊고 살았던 일상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문득 균형감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이런 연유로 오늘은 균형감각에 대한 저의 지난 이야기입니다. 

 방대한 지식의 양과 그 깊이 앞에 주눅이 들어 늘 서재 한쪽 끝에 밀려나 있었던, 그치만 며칠전부터 자꾸 눈길을 주게 되는 몇 권의 책이 있습니다.

글 읽기에 관한 저의 짧은 호흡 탓에 역사 분야와 같은 긴 호흡이 필요한 책들 앞에선 질식사할 것 같아 애써 외면했던 이전과는 달리 곧잘 꺼내어 왼손에 올려 놓고서 엄지 손가락 끝에 힘을 살짝 주었다, 멈추었다 하면서 빠른 속도로 표지에서 부터 끝까지 책장을 넘기곤 합니다. 그렇게 넘기길 반복하던 어느 순간, 한참 동안이나 저의 시선을 잡아둔 짧은 글 몇 줄이 있었는데, 글의 내용과 여백이 주는 절묘한 조화 탓에 엄지 손가락을 지긋이 누른 채 그 페이지 속의 글을 읽고 한참동안이나 생각에 잠겨 있었지요.

그 글은 시오노 나나미의 15권으로 구성된‘로마인 이야기’에서 나오며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습니다.

균형감각이란 서로 모순되는

양극단의 중간점에 자리를 잡는 것은 아니다.

양극단 사이를 되풀이하여 오락가락하고,

때로는 한쪽 극단에 가까이 접근하기도 하면서,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한 점을 찾아내는

영원한 이동행위이다.

*시오노 나나미

시오노 나나미가 역사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균형감각의 개념을 특히나 불균형이심각한 우리 아이들의 교육 현실의 연장선상에 놓고 부모들이 지녀야 할 균형감각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볼 까 합니다.

공교육이 갖는 다같이 잘하기라는 구조적 한계를 제차하고서라도 우리는 너무 공교육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모들은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 끝단의 중간점은 고사하고 지지점을 사교육측 가장 끝단의 바로 아래쪽에 지지점을 고정한 채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지요.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처럼 제대로 된 균형감각을 지니려면 지금 서 있는 곳에서도 반대편끝의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한 무게 중심점을 찾아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 팔짱끼고 지켜보는 경우가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귀도 얇아지고, 눈은 어두워집니다. 아이를 위한 판단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그들의 충고가 되려 판단의 결정적 자료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 공교육에서 전적으로 책임져 주지 못합니다.

그 대안이라고 하는 사교육도 책임져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 보여주면서 몸소 배우게 하는 가정에서의 자녀교육이 제대로된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잠시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지금 서 계신 우리 부모들의 지지점을 반대편 쪽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런지 말입니다. 움직이게 되면 다른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 버릴 것 같아서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신다면 그동안 균형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해야겠죠? ^^

한 곳에만 늘 고정되어 있는 그런 지지점이 아닌, 둥근 바퀴가 달린 지지점이 되어 수시로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자녀분들의 성장발달시기에 맞는 적절한 무게 중심점에 닻을 내리고 지지점을 설정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을 지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위에서 소개한 시오노 나나미의 균형감각에 관한 글만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