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나 학부모들과 상담하다보면 공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의외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나 공부한 책을 덮고 말하거나 써보게 하면 학생들은 본인이 얼마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는지 느낀다. 또 6개월이나 1년치 장기 계획을 함께 짜보면 그동안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계획성 없이 공부했는지를 느끼는 모습을 본다. 아래에서는 상담중에 발견하게 되는 공부에 대한 오해와 그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로 한다.

머리 좋은 것과 시험 잘 보는 것은 별개

학부모들과 상담을 해보면 자주 나오는 고민중에 하나가 “우리애는 머리는 좋아서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성적이 안나와요” 이다. 하지만 최근에 어떤 외국학자가 아이큐지도를 그려보니 극동3국이 가장 높았다는 보고처럼, 솔직히 우리 나라 아이들 머리는 거진 다 좋다. 머리 나빠서 공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물론 학생들과 학습상담을 해보면 단순한 어휘암기조차 어려워하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경시대회에서 수상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일반 학교의 시험을 잘 보고 수능을 잘 치며 논술을 잘 하는 데에는 그리 높은 아이큐가 필요치 않다. 오히려 굳건한 정신력과 마음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시험을 잘 보는데에는 굳은 의지와 마음가짐 그리고 노력, 마지막으로 시험에 대한 안정과 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머리 좋은 것은 노력의 깊이와 정도에 영향을 줄 뿐 시험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집중력이 부족한게 아니고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것 뿐

또 하나의 잘못된 믿음 중에 하나가 학생들의 집중력 부분이다. 많은 학부모들은 본인의 자녀가 집중력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하지 못한다고 하소연 한다. 그러나 정말로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은 별로 없다. 대개는 집중력이 부족한게 아니고 공부에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그게 그거인것 같지만 이 둘은 크게 다르다. 집중력 자체가 정말 부족할 경우에는 공부 뿐만 아니라 그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라야 한다. 이 경우는 집중력을 기르는 훈련이나 상담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경우라면 사정은 다르다.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공부가 그만큼 재미없고 만만하지 않고 내가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겨우라면 집중력 훈련을 하기 전에 우선 공부에 대한 작은 성취경험을 하도록 돕는게 필요하다. 스키나 운전 등을 배울 때도 내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는 경험을 해야 보다 재미있고 더 해보고 싶어지는게 사람 마음이다. 공부도 다르지 않다. 아 나도 하니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누구라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아이들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고 도전하고 싶은 목표와 과제를 주자. 그래서 성취하도록 하자. 그러면 절로 집중력은 따라올 것이다.

공부법책 보기 전에 공부를 해야...

우리 애는 공부법을 몰라서 공부를 못하는것 같아요. 역시 많은 학부모들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 상담을 해보면 공부법을 모르는 것은 맞는데 그 전에 공부 자체를 별로 많이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공부법이라는 것이 물론 일반적으로 좋은 방법들이 있겠으나 어찌 한가지 방법이 모든 학생에게 맞겠는가. 그렇다면 좋은 방법들을 기초로 하여 내가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보고 나에게 맞도록 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요새 자기 공부시간이 주 20시간도 되지 못해서 쩔쩔매는 중고생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공부는 배우고 익히는 두가지 과정인데 어찌 배우는데 열을 올리고 익히는데에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제발 이제부터는 공부법책 뒤적일 시간에 먼저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보자. 공부법 책은 그 다음에 필요하다.

선행학습을 어떻게 혼자 하나요?

요새 학생들을 보면 성적대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목을 맨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당연히 선행학습은 학원이나 과외를 병행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믿는다. 선행학습이 처음 배우는 내용을 단기간에 많이 공부하다 보니 혼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누군가 도움을 줄 때 그것이 고맙고 가치 있음을 알아보려면 내가 혼자서 충분히 고민해봐야만 하는 법이다. 내가 스스로 문제의식을 쌓지 않고서는 아무리 누군가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주어도 그것이 중요하고 고맙지 않으므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 학생들의 선행학습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학생들이 부교재를 구입해서 한 번 읽어보지도 않고 강의를 듣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많이 선행학습을 해도 효과가 없다. 자기 스스로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공부해보고 잘모르겠고 어렵고 이해가 안되고 문제가 안 풀리는 경험을 해야만 그것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 때 온전히 100% 다 자기 실력으로 쌓이게 된다. 사교육을 받고 안 받고는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어떤 도움을 받기로 한다면 그 전에 스스로 공부해놓아야 한다. 그래야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 것이 된다.